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철 세균증식이 활발해지면서 장염환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장염치료의 기본 원칙은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 공급입니다. 특수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쓰도록 되어있습니다. 오히려 항생제를 사용하면 독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급성 장염에서 언제 항생제를 써야하는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장염 (위장관염, 장관감염증) 이란?
병원성 세균, 바이러스, 원충에 오염된 물 또는 식품 섭취로 인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장관증상이 주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장염의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이긴 하나 심한 임상경과를 보일 경우 세균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설사의 정의
하루 3회 이상 액체성분이 많고 모양이 형성되지 않은 변을 보거나 하루 200g 이상의 변을 배설하는 증상으로 정의됩니다. 급성 설사는 2주 이하이고 2~4주면 지속성, 4주 이상이면 만성이라고 합니다.
비염증성 설사
주로 소장 상부에 문제가 생깁니다. 비교적 다량의 물설사가 주된 증상입니다. 설사변에서는 염증세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균의 독소 (toxin) 에 의해서 전해질의 조절 기능이 망가지면서 발생한 설사이기 때문입니다. 주로 독소를 내뿜는 세균으로 콜레라균 (Vibrio cholerae), ETEC (Enterotoxigenic E. coli), C. perfringens 등이 있습니다.
염증성 설사
주로 소장 하부와 대장이 주요 병변이 됩니다. 균이 직접 장 점막을 공격하기 때문에 변에서는 백혈구(중성구) 등의 염증세포가 확인됩니다. 주로 이질(dysentery) 증상을 보이는데, 혈변, 점액변이 특징입니다. 원인이 되는 세균으로 Shigella, Non-typhoidal Salmonella, Campylobacter, Vibrio parahaemolyticus, EHEC, EIEC 등이 해당됩니다.
잠복기에 따른 설사(식중독) 원인균 추정
식사 후 증상이 발생하기까지 잠복기에 따라 원인균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잠복기가 가장 짧은 원인균은 (1~6시간) S. aureus 와 B. cereus 입니다. 독소에 의한 것이므로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며, 설사보다는 오심과 구토가 주된 증상입니다.
잠복기가 6~16시간 정도 소요되는 균은 C. perfringens, B. cereus 입니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설사와 복통이 주증상이 됩니다. 오심, 구토는 드뭅니다.
하루가 지나서 증상이 나타났다면, 원인균이 다양해집니다. 물설사 위주라면 ETEC, 혈변과 점액변을 보이는 염증성 설사라면, Shigella, Non-typhoidal Salmonella, Campylobacter, Vibrio parahaemolyticus, EHEC 등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역학적 요인에 따른 설사의 원인균
캄필로박터균(Campylobacter) 은 비살균 유제품과 가금류가 주요 감염원입니다. Campylobacter 는 생닭의 표면에 존재할 수 있는데, 생닭은 만졌다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합니다. 생닭을 보관시에도 생닭 표면의 물이 흘러 다른 식재료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 하단에 보관하고 식재료 세척 시 가장 마지막에 합니다. 씻을 때는 물이 튀어 다른 식재료가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살모넬라균 (Non-typhoidal Salmonella) 은 계란, 우유, 육류 및 가공품 등이 주요 감염원입니다. 살모넬라균은 닭의 체내에 존재할 수 있는 균으로, 산란을 통해 계란을 오염시키거나 껍질 표면에 존재할 수 있어 계란을 만진 이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껍질이 손상되지 않은 계란을 구입하여 냉장보관합니다. 껍질을 깬 이후에는 빠른 시간 내에 충분히 가열‧조리해야 합니다.
장병원성대장균 (enteropathogenic E. coli)은 익히지 않은 육류 및 채소가 주요 감염원입니다. 이들 식품의 보관, 손질, 조리 시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도축 과정 중에서 육류를 오염시키거나, 덜 숙성된 퇴비 또는 오염된 물로 채소를 오염시킬 수 있어, 여름철에는 생으로 섭취하는 것을 자제하고,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설사의 기전은 독소 매개가 아니라 물리적인 기전입니다. 세균들이 장상피 세포 표면에 달라붙으면서 microvilli 가 소실됩니다.)
장염의 치료
장염의 치료는 우선적으로 수분과 전해질 공급입니다. 무조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혈변이나 점액변의 양상이거나, 발열, 하루 6회 이상 다량의 설사, 또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의 환자라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자료 : 급성 장염에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https://sondoctor.co.kr/71)
단, STEC (shiga toxin-producing E.coli, 여기에 EHEC 가 포함) 가 원인균이라면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STEC 가 내뿜는 shiga toxin 으로 인해 HUS (hemolytic uremic syndrome) 이 생기는데, 독소가 원인이므로 항생제를 쓰면 균이 죽어나가면서 독소 생성을 더 촉진하여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상 경과를 보면 혈변이 나타난 후 5~10일 뒤 HUS 가 나타나므로, 증상이발생하고 첫 3~4일내로는 항생제를 사용해 볼 수 있겠으나, 그 기간이 지나 HUS 가 발병하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EHEC 는 제2급 감염병입니다.
여행자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ETEC (enterotoxigenic E. coli) 가 있습니다. 수 시간에서 2일정도의 잠복기를 지나 증상이 발현됩니다. 대부분 증상은 심하지 않아 설사는 5일 이내로 호전됩니다. 여행자 설사의 치료는 수액 보충, 전해질 보충 등의 보조적인 치료가 핵심입니다. 항생제는 면역저하자 또는 설사가 너무 심할 때, 고열이 보이면서 패혈증으로 번질 우려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사용합니다. 항생제는 azithromycin, levofloxacin, rifaximin 등의 약제를 한 번 줍니다. 항생제의 주목적은 병의 기간을 단축시키는데 있습니다.
장관감염증(장염) 예방수칙 [질병관리청]
-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씻기 등 올바른 손씻기 (6단계) 생활화
- 물은 끓여 마시고, 끓일 수 없을 때는 생수 등 병에 포장된 음료수 마시기
- 음식 충분히 익혀먹기 (중심온도 75℃(특히, 어패류는 85℃)로 1분 이상 익혀먹기)
- 채소,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거나 껍질 벗겨 먹기
- 설사 증상이 있는 경우 음식 조리 및 준비하지 않기
- 위생적으로 조리하기
- 소독, 생선, 고기, 채소 도마는 분리 사용하고, 칼, 도마는 조리 후 소독
제4급 법정감염병인 장관감염증 (20종)
결론
여름철 외래에 장염 환자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어떤 분은 항생제 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설사가 괴로운 장염이라고 해서 모두 항생제를 무조건 써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항생제를 써야하는 경우와 알맞은 항생제 용량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 참고자료 : 우리나라 말라리아 안전지역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