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단순히 약만 드시면 된다고 알고계신가요? 아닙니다. 고혈압의 가장 무서운 점은 합병증입니다. 고혈압이 진단이 되었다고 치료하면 끝이 아니라 합병증이 있는지 탐색하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예방해야 합니다. 그래서 고혈압이라고 해서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여러검사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통해 고혈압의 전문적인 지식에 대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대한 고혈압학회에서 발행한 2022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혈압의 분류
고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40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 이상일 때로 정의합니다.
고혈압의 정도에 따라 1기와 2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근 정상 혈압의 기준은 좀 더 타이트 해져서 수축기 혈압 120 미만, 이완기 혈압 80 미만으로 정의합니다. 수축기 혈압 120~129 이면 주의 혈압이고 수축기 혈압 130~139 및 이완기 혈압 80~89 이면 고혈압 전단계 입니다.
한편, 동맥경화 및 노화로 인해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면 수축기 혈압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보이는데 수축기 혈압만 140 이상이고 이완기 혈압은 90 미만인 경우를 수축기단독고혈압이라고 합니다.
측정 방법에 따른 고혈압의 진단 기준
측정하는 방식에 따라 고혈압의 진단기준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이 수축기 140 이상, 이완기 90 이상일 경우 고혈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진료실 혈압이 140/90 이라면, 가정에서 측정하였을 때 135/85 정도로 측정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정혈압으로는 135/85 이상이 고혈압 진단 기준입니다. (대응혈압)
* 백의고혈압 (White coat hypertension)
: 진료실 혈압이 140/90 이상이고 가정혈압 또는 주간활동혈압이 135/85 미만인 경우로 정의
- 집에서는 정상인데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올라가는 분
- 여성, 고령, 비흡연자, 임신부, 비만도가 낮은 환자, 진료실혈압 150 미만 등과 연관
* 가면고혈압 (Masked hypertension)
: 진료실 혈압이 140/90 미만이고 가정혈압 또는 주간활동혈압은 고혈압인 경우로 정의
- 평소에 고혈압인데 병원에 올때만 혈압이 정상
- 젊은 연령, 남성, 흡연자, 음주, 사회심리적요인, 업무스트레스, 활동량이 많은 경우, 당뇨병, 만성콩팥병, 수면 무호흡증 등과 연관
* 지속성 고혈압
: 진료실과 진료실 밖에서 모두 혈압이 높은 경우
고혈압 치료의 목표
가장 중요한 고혈압 치료의 목표 혈압입니다. 합병증이 없고 위험도가 낮은 고혈압 환자의 경우 목표 혈압은 140/90 미만입니다. 하지만 고위험도 고혈압 및 고위험도 당뇨 환자의 경우 목표 혈압은 130/80 미만입니다. (고위험도 고혈압 : 무증상 장기손상 또는 심뇌혈관 위험인자 3개 이상 동반 [아래 표 참조])
(고위험도 당뇨 : 무증상 장기손상 또는 심뇌혈관 위험인자 1개 이상 동반 [아래 표 참조])
(참고자료 : 다낭콩팥병 고급정보 총정리)
심혈관 질환 (관상동맥질환, 말초혈관질환, 복부대동맥류, 심부전, 좌심실비대) 이 동반된 경우 목표혈압은 130/80 미만입니다.만성콩팥병에서는 당뇨와 단백뇨가 없다면 140/90, 단백뇨가 있거나 당뇨가 있다면 130/80 미만으로 조절합니다.뇌졸증의 경우 140 미만으로 혈압을 낮추는 것은 권고하지 않으나,열공성 뇌경색 (lacunar infarction) 의 경우 130 미만으로 한 경우 뇌출혈 발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130/80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올바른 혈압 측정법
진료실 혈압 측정
(1) 검증된 혈압계를 사용
공인 혈압계를 이용하여 측정합니다.
공인혈압계 목록 확인 : https://sondoctor.co.kr/819
(2) 표준적인 방법으로 혈압 측정
-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기
- 최소한 5분간 편안한 상태를 취한 다음 측정
- 검증된 위팔 혈압계를 이용
- 커프를 심장 높이에 위치 (커프가 심장 높이보다 아래에 위치하면 혈압이 높게 측정될 수 있음)
- 커프는 팔둘레에 적절한 커프를 사용 (적정 크기보다 작은 크기의 커프를 사용하여 측정하면 혈압이 높게 측정됨)
- 박동당(또는 초당) 2 mmHg의 속도로 천천히 감압 (빠른 감압은 수축기 혈압은 낮게, 이완기혈압은 높게 측정될 수 있음.)
- 혈압은 여러 번 측정하고 최소한 2회 이상 측정치의 평균값으로 표시
- 처음에는 양팔에서 혈압을 측정 (수치가 높은 팔을 기준으로 고혈압을 진단)
- 지속적으로 수축기 혈압 차이가 20 mmHg 이상 차이시
- 대동맥축착증이나 상지혈관 협착 같은 혈관질환을 고려
- 부정맥이 있으면 혈압은 측정할 때마다 변동이 크기 때문에 3회 이상 측정하여 평균을 구한다.
- 위팔 혈압 측정이 불가할 경우 다리 혈압 측정 : 발목 또는 정강이에 커프를 감고 누워서 측정하는 발목 혈압 측정 을 일반적으로 권고, 측정이 용이하지 않은 청진법 혈압 측정은 권고하지 않음.
가정혈압 측정법
- 친근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혈압 측정이 가능한 장점
- 장기적으로 혈압을 추적 관찰할 수 있는 장점
- 위팔 혈압계 사용이 추천되나 팔둘레가 매우 두꺼워서 위팔 혈압계 사용이 어려운 경우 검증된 손목혈압계를 사용할 수도 있음. (단, 심장 높이를 맞추어 측정해야함.)
- 진동법 자동혈압계로 측정하므로 심한 부정맥이나 임신 중에는 부정확할 수 있음.
- 가정혈압은 진료실 혈압 보다 낮아 135/85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고혈압 선별검사 (대한고혈압학회 권고사항)
20세 이상 성인
- 2년마다 규칙적으로 진료실 혈압 측정을 권고
40세 이상, 고혈압 가족력, 고혈압전단계 (수축기혈압 130~139 / 이완기혈압 80~89), 비만이 있는 경우
- 고혈압 진행 위험도가 높으므로 매년 진료실 혈압 측정을 권고
고혈압인데 병원에서 검사 많이 하는 이유
고혈압이 일단 진단이 되었을 경우 여러가지 검사를 시행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검사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습니다. 고혈압은 고혈압 자체보다는 합병증이 더 무서운데요. 즉 고혈압이 진단된 시점에 합병증 (장기손상) 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 합병증 (가장 중요한 심뇌혈관의 합병증) 이 발생할 위험인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검사를 실시합니다. 이 위험인자에 따라서 고혈압의 조절 목표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단순한 고혈압이 아닌 특정 질환으로 인한 고혈압인지, 고혈압 외 당뇨 등의 다른 동반질환은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치료 시작 전 시행하여야 할 기본 검사는 반드시 시행하고, 필요하다면 권장 검사 및 확대 검사를 시행합니다.
심전도
심전도 파형을 통해 좌심실 비대, 부정맥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좌심실비대, 좌각차단, 심근경색증의 소견이 있으면 심뇌혈관 위험도가 높습니다. 좌심실비대는 심장의 무증상 장기손상을 의미합니다.
변검사 (요시험지 검사), 소변 단백질/크레아티닌 비 (PCR), 알부민/크레아티닌 비 (ACR)
단백뇨와 혈뇨, 요당이 나오는지 확인하며, 단백뇨와 혈뇨가 있을 경우 콩팥병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요시험지 검사로는 단백뇨가 부정확할 수 있어 소변 단백질/크레아티닌 비 또는 알부민/크레아티닌 비로 검사할 수 있습니다. 단백뇨(알부민뇨) 나 사구체여과율 감소는 콩팥의 무증상 장기손상을 의미합니다.
전해질 (칼륨, 나트륨, 요산)
저칼륨혈증이 있다면 고혈압의 원인으로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뇨제로 thiazide 를 사용하면 나트륨의 콩팥 재흡수가 억제되고 furosemide 를 사용하면 칼륨이 소실되므로 전해질 검사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혈압약으로 RAAS (레닌-안지오텐신계) 억제제 사용시 칼륨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참고 : RAA system 이란? https://sondoctor.co.kr/1089)요산의 증가는 통풍, 콩판병, 비만, 이뇨제 투약시 (thiazide) 나타날 수 있습니다.
크레아티닌, 시스타틴 C
크레아티닌 상승은 사구체 여과율이 저하되었다는 것이며 이는 곧 콩팥의 기능 저하를 의미합니다. 크레아티닌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경우 시스타틴 C 를 이용하여 사구체여과율을 평가합니다. (참고 : 추정 사구체여과율 계산 방법 : https://sondoctor.co.kr/1169)
혈당, 지질검사, 갑상선 자극호르몬
공복혈당은 고혈당 및 당뇨 확인시 필요하며 지질 검사는 이상지질혈증 확인에 필요합니다. 갑상선 자극호르몬으로 혈압이 상승할 수 있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흉부 X-ray 검사
흉부 X-ray 검사로 심장 비대 여부 및 폐부종 (심부전 의심) 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흉부 X-ray 에서 대동맥궁에 보이는 석회화는 동맥경화증을 의미합니다. (참고 : 심장과 관련된 X-ray 소견 : https://sondoctor.co.kr/1107)
고혈압환자는 대개 다른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하므로 혈압 조절만으로는 고혈압 관련 위험을 조절하는 데 충분하지 않습니다. 심뇌혈관 위험도 산출을 통하여 위험도가 크거나, 장기 손상이 있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발기부전과 고혈압
고혈압 환자에서 발기부전은 그만큼 혈관이 좋지 않다는 징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의 동반된 위험인자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적극적으로 생활요법을 권장하여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성을 줄여야 합니다.
고혈압 자체 만으로도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장애, 산화 스트레스 등으로 발기 부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약에 의해서도 발기부전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는 보통 약 투여 후 4주 이내에 나타납니다. 만일 관련성이 명확할 때에는 약을 교체해볼 수도 있으나, 기존 혈관질환 (동맥질환)이 악화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약 중에서는 베타차단제(Beta blocker) 와 이뇨제 종류가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 다른 혈압약 종류인 칼슘차단제(CCB) 와 ACE억제제(ACE inhibitor) 의 경우는 중립, ARB 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베타차단제를 중단하고 혈관 확장작용이 있는 베타차단제 (Carvedilol, Nebivolol 등) 로 변경하거나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Phosphodiesterase-5 inhibitor (PDE5 inhibitor) 를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PDE5 inhibitor 의 경우 고혈압약에 의한 발기부전 환자에게 비교적 안전하게 투여 가능하며 효과적입니다. 혈압을 더 떨어뜨리는 효과도 뚜렷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 PDE5 inhibitor 를 투여 후 혈압이 추가로 떨어지는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PDE5 억제제는 질산염 제제 (협심증약 종류) 와는 병용 투여하지 않습니다.
성기능 장애를 호소하는 남성에서 임상적으로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성기능장애와 관련이 많은 베타차단제나 이뇨제의 처방을 피하거나 다른 약제로 교체할 것은 권합니다.